매복!

2011. 8. 12. 15:47KISH_NEWS




며칠 전, 칸다하르 외곽에서 팔에 총상을 입은 아프간 부상병을 K 군병원에 후송하고 P 전초기지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전초기지로 돌아가는 항로와 고도는 탈리반의 매복공격을 피하기 위해 수시로 바꾸는 것이 전술비행의 기본이었지만, 이상하게 우리 헬기 조종사는 며칠 동안 이 V자 계곡 사이를 통해 돌아가는 항로를 자주 택했다. 바로 전 날 야간비행에서도 이 항로를 택했는데, 야간비행 마치고 기지에 돌아가 조종사에게 내가 이런 말을 했었다. “너희가 전문가인건 아는데.. 내가 주제넘게 얘기 좀 해도 될까.. 내가 탈리반이라면 저 계곡에 매복하겠어. 계곡 중턱에 매복하고 있으면 계곡 사이로 비행하는 헬기가 눈높이가 되기도 하고, 사거리에 훨씬 가까워지잖아. 저 계곡 사이로 비행하는 것보다 다른 쪽으로 고도를 높이는게 더 안전하지 않을까?” “아.. 그것도 일리가 있네. 네 말이 맞아. 오케이” 하더니만 다음날 오전 미션에서 또 계곡 사이 항로를 선택한 것이다.


속으로 “어제 알았다더니 또 이리 오네..”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헬기 오른쪽 거너석에 앉은 크루치프가 소총을 꺼내들더니 장전을 하고 창 밖 계곡 중턱을 겨누기 시작했다.


이때 나는 헤드셋을 쓰지 않고 내 방탄헬멧을 쓰고 있어서 무슨 일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크루치프가 소총을 갑자기 꺼내들고 계곡을 조준하는 것을 보고 예사롭지 않은 일이 생겼다는건 확연히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왜냐면, 보통 때 크루치프는 첫 번째 사진처럼 밖을 보기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디백은 제네바협정에 따라 중무장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거너석에 기관총이 달려있지 않고 자위 수준의 무장인 소총과 권총만 가지고 다닌다. 대신 메디백 뒤에는 늘 체이스 버드로 불리는 무장 블랙호크가 따라다니며 보호를 해주고 부상병을 야전이나 교전 중인 지역에서 픽업 할 때는 무장 카이오와 두 대와 아파치 헬기 한대가 근접엄호를 해준다. 그래서 메디백 승무원들까지 소총을 드는 상황은 상당한 위협이 근접해 있다는 뜻이다.


“어? 무슨 일이지?” 하고 사진을 찍다보니 크루치프가 소총을 겨누는 와중에 헬기가 갑자기 급강하하면서 과격한 회피기동으로 계곡을 빠져나왔다.


순식간이었고, 이 사진들은 불과 십 수 초 만에 찍힌 것들이다.


나중에 기지 돌아가서 알고보니 계곡 중턱에 거치된 무반동총을 발견해서 회피기동을 했었다고 한다.


어떻게 내가 계곡 매복 얘기 한 다음날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하고 나중에 생각해보니 어젯밤에도 있었는데 우리가 못 봤을 확률이 더 높을 것 같다.



안 그래도 전 날 네이비 실팀이 탄 시누크 헬기가 로켓에 맞아 추락해 전원 사망한 것이 큰 화제였는데, 공격 전에 매복을 발견하고 상부에 리포트 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다.



phtoto by Sang-Hoon Kish Kim [ www.kishk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