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와 성폭행

2013. 2. 22. 03:26KISH_NOTE

 

 

네이버에 "이집트"를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꼭 뜨는게 "이집트 성폭행"입니다.

2년 전 타흐리르 광장에서 시위를 취재하던 미국 CBS 여기자가 군중들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건뿐 아니라 구글링을 해보면 외국 여기자가 이집트에서 취재 중 성폭행 당한 케이스를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는데요.

이번에 이집트에 있으면서 제가 평소 길거리에서 느끼는 것 도 그렇고, 몇 번 그런 일을 직접 목격하고 보니 그런 뉴스는 빙산의 일각일 정도로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중동에 처음 간 것 도 아니고, 중동과 서남아시아에서 혼자 돌아다니면서 카메라 멘 동양인에 대한 중동, 서남아인 들의 지나친 호기심과 장난은 꽤 겪어봤지만 이렇게 심하게 느끼긴 또 처음입니다.

이해가 잘 안가는게, 이집트는 관광지로 유명한 나라라 외국인 방문객이 꽤 많을 텐데도 많은 이들이 외국인에 대해 도가 넘는 호기심과 관심을 가집니다.

저 같은 경우,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길거리에서 당한 '희롱'은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하루에 백 번 이상,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10-20미터에 한 명씩 말을 걸거나 심한 경우 팔이나 옷을 잡아끌거나, 여러 명이 길을 막고 장난을 치는 등 지나친 관심을 받았습니다. (위협적인 건 아니고 대부분 장난과 바가지성 혹은 사기성 호객행위도 다수 포함입니다. 하지만, 장난이나 호객행위도 한 두 번이지.. 제가 아직 인간이 덜 되다보니 나중엔 좀 짜증이 나더군요..)

그건 시위현장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카메라 앞을 가로막고 자기 찍으라고 하던지, 담배 달라고 하던지, 뭐 사라고 하던지, 마시고 있던 물 달라고 하던지, 헬멧 달라고 하던지, 이거 찍어라 저거 찍어라 하면서 잡아끌던지, 장난으로 돌을 던지던지, 뒷통수를 때리는 등 온갖 방해로 정상적인 촬영이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물론, 의식이 있는 시위대는 그 사람들을 나무라며 저를 보호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전 우리나라 시위현장에서 밥풀떼기라 불리던 부류가 여기는 너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죠.

그러다가 피라밋 앞 피자헛에서 만난 어떤 일본 여자 배낭여행객의 호텔이 같은 방향이라 같이 마이크로버스를 타고 왔는데, 이 날 참 황당한 목격을 합니다.

피자헛 종업원들과 매니저가 영어 몇 마디로 친한 척 하더니 틈만 나면 이 일본 여자 배낭여행객을 만지는 겁니다. 밝은 매장 안에서는 물론이고 피라밋 야간 조명 쇼를 보러 올라간 어두컴컴한 옥상에서도 이런 행위는 계속 되었습니다.

종업원들이 미소를 지으며 친한척하면서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감아 만지고, 매니저는 기념 사진촬영을 빌미로 어깨동무를 하더니 촬영이 끝났는데도 뒤에서 백허그를 한 채로 가슴에 손이 가 있고..;; 자연스럽게 계속 안고 대화를 하는데 주변의 종업원들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둘러싸고 있고..;; 근처에 있던 저는 아웃오브안중..

어두컴컴한 옥상에서 더 있다가 가라는 것을 뿌리치고 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갔는데, 여기서 만난 어린 남자애(15-16세?) 둘이 영어로 몇 마디 걸더니 어깨동무하고 사진 찍고, 마이크로버스에 (봉고차: 아주 좁은 나라시 버스.) 따라 타더니 그 여자애 옆자리에 앉으려고 저보고 뒤로 가라고 하다가 실패하자, 뒷자리에 앉아 그 일본여자 의자 등받이에 얼굴을 바짝 붙인 채로 이 여자애 목 주변 머리카락을 계속 징그럽게 감아 만져댑니다. (연인사이에도 할까 말까 한..;;)

저랑 그 일본여자는 사실 아무런 사이가 아니고, 본인이 계속 생글 생글 웃고 앉아있으니 나서기도 뭐해서 가만히 있다가 그 일본여자에게 ‘너 얘들이 머리카락 계속 만지고 아까 그 매니저는 백허그까지 하던데 괜찮니?’ 라고 물었더니 웃는 얼굴로 괜찮지 않고 아까 매니저가 백허그하고 있을 때 나올 수 있게 불러줘서 고맙답니다. (이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뒤에 앉은 놈은 징그럽게 손으로 여자애 머리카락을 계속 만지는 중..) 그런데, 왜 너는 싫다고 말하질 않느냐고 물어봤더니 여기서 하도 매일 있는 일이라 이제 포기했답니다..;; (이 부분도 저에게는 살짝 미스테리..;; )

어쨌든 괜찮지 않다는 답을 받고, 동양인 일행 남자가 옆에 있는데도 (제가 이 여자애 남자친구라도 되면 어쩌려고???) 아랑곳 하지 않고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는 이 꼬맹이가 점점 괘씸해져서 결국 꼬맹이 손을 딱밤 치듯 손가락으로 딱 치면서 ‘하지 마’ 했습니다. 그랬더니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면서 ‘우린 친구’ 랍니다. 이게 어디서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려고.. 확! 하는 인상을 쓰면서 노려보니 그때서야 손을 떼더군요.

그리고 타흐리르 광장 근처에서 버스를 내려 각자 호텔로 헤어졌는데 몇 시간 그 여자애와 같이 다녀보니, 그 여자애 혼자 다닐 때는 얼마나 더 심할지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문제가 커지기 전까지는 이것저것 다 해보자.’ ‘뭐라고 하면 그 때 그만하고 미안하다고 말하면 그만.’ ‘할 수 있는데 안하면 손해.’ ‘싫으면 말고.’ ‘한 대 맞기밖에 더 하겠어?’ ‘또 볼꺼냐?’ 뭐 대충 이런 느낌입니다.

물론, 이집트에는 좋은 사람도 많습니다. 그리고 틀림없이 꼭 가볼만 한 나라입니다. 저 같은 경우도 수많은 볼거리를 다 못 보고 와서 아쉽고, 피라밋을 포함한 모든 곳에 몇 번이라도 다시 가고 싶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동 간에 이런 불쾌한 일들이 조금, 아니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최소한 저의 짧은 경험에 의하면 그렇네요.

소매치기나 사기꾼이 많다고 로마나 뉴욕 여행을 말리지 않듯이, 이런 일부(?) 녀석들 때문에 이집트에 대한 여행 자체를 말리려는 의도는 아니고.. 이집트에 혼자 또는 두 세 명이 배낭여행 가는 계획을 가진 여자분들 계시면 참고하시라고 이 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