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 남부 주민들의 반응

2009. 1. 13. 07:15KISH_NEWS

photo by Kish Kim / January 12th 2009 / Israel-Gaza border


가자국경 근처를 돌아다니다보면 조금 높은 언덕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군의 공격을 지켜봅니다.

그 중, 절반은 세계 곳곳에서 이스라엘에 분쟁을 취재하러 왔지만 이스라엘 당국의 철저한 봉쇄로 가자지구 안에 들어가지 못 한 외신기자들과 이스라엘 내신기자들이고 나머지 절반은 이스라엘 남부 지역 주민들, 그리고 가자분쟁에 참전하고 있는 이스라엘 장병들의 가족들도 눈에 띕니다.

가자지구에서 폭음과 함께 검은 연기, 흰 연기가 올라올 때마다 몇 몇 이스라엘 주민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이스라엘 국기를 흔듭니다.

어떤 젊은이들은 물담배를 싸들고 와서 여유롭게 앉아 지켜보기도 하고, 어떤 젊은이들은 SUV나 4륜 오토바이를 타고 가자지구 국경 근처 들판을 가로지르며 더 높은 언덕을 찾기도 하고, 어떤 주민들은 담요로 몸을 감싸고 망원경으로 반나절 넘게 포연을 지켜보기도 합니다.

모든 이스라엘 구경꾼들이 감정을 드러내며 환호성을 지르지는 않지만, 가자지구를 공격하고 있는 이스라엘 군을 응원하는 분위기는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키쉬는 지금 애쉬켈론(Ashkelon)과 스데롯(Sderot)을 베이스로 국경 근처를 왔다 갔다 하고 있는데, 키쉬가 있는 이 지역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가 로켓과 박격포를 쏘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우선, 왜 이 분쟁이 일어났는가에 대해 얘기해보죠.

2008년 1월부터 9월까지 가자지구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 인구밀집지역에 로켓이나 박격포를 쏜 횟수는 2,713건입니다. (IDF 자료)

키쉬가 머물고 있는 이틀동안에도 네번의 로켓 알람을 들었고, 차로 이동중이라 못 들은 것 까지 합하면 하루에도 몇 번 씩 있는 일이었습니다. 경보시스템이 꽤 정확한 듯 알람이 울린 뒤 몇 분후에는 어김 없이 로켓이 떨어졌습니다. (가자지구에서 로켓을 쏘면 도시 전체에 사이렌이 울리고 주민들은 곳곳에 마련된 간이 대피소로 피합니다. 아래사진.)


photo by Kish Kim / January 12th 2009 / Israel-Gaza border


솔직히 말해 수제 로켓의 위력이나 정밀도는 이스라엘 군의 첨단장비에 비하면 형편 없습니다. 로켓 같은 경우, 피격된 곳을 사진으로 보면 바닥에 10-20cm 정도 되는 그을린 구멍이 있고 볼트 같은 파편으로 근처 벽에 패인 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이스라엘 발표 자료에 의하면 2001년에서 2008년까지 지난 8년간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이나 박격포에 의한 이스라엘 사망자 수는 24명, 부상자 수는 1,029명입니다. 위의 자료와 같은 소책자에 있는 자료인데 로켓 / 박격포 발사횟수는 작년 것 만 나와 있고, 사상자 수는 8년간으로 나와 있는 것은 이스라엘이 강조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의도적인 자료 제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어쨌든, 대충 계산을 해봐도 100발이 떨어지면 1명 정도가 사망하는 꼴입니다.

물론, 로켓이 떨어지기 약 30초 전에 울리는 경보 시스템 덕분에 사람들이 피할 시간이 있어서 그 피해가 생각보다 적은 것 도 있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죽고 말고를 떠나서 이스라엘 남부 지역의 사람들은 매일같이 하루에 서너번은 사이렌을 들으며 대피를 합니다.

어느 정도 만성이 된 경향도 있어보이지만, 그리 크지 않은 도시이기 때문에 로켓이 떨어졌다 하면 누구나 다 알만 한 곳, 알만 한 사람이 연관되어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 가 없겠죠.

로켓의 파편이나 폭발에 의한 직접적 피해보다 폭음이나 불안한 마음에 의한 정신적 피해가 더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이스라엘 남부 사람들을 괴롭혀 왔던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 남부 사람들은 가자지구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을 꺼리면서도 이번 공격이 자신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혀 왔던 하마스에 대한 "응징"이라는 차원에서는 "고소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국경 근처, 이스라엘 군인들이 휴식을 취하던 한 주유소 내 바에는 "우리가 이겼다!" 라는 글이 걸려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남부 주민들은 지난 수 년간 이미 가자지구의 하마스와 전쟁을 하고 있었던거죠.

이스라엘 남부 주민들의 바램은 딱 하나인 것 같습니다.

"로켓이 더 이상 날아오지 않는 것."

그러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바램은 뭘까요.

예전엔 "우리 땅을 내놓을 것."이었는데 요즘은 그 정도도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를 콘크리트 장벽에 가두지 말 것."

늘 분쟁에는 다른 주장이 있고, 그 분쟁이 물리적으로 번질 때 우리는 "지성적이지 못하다." 라고 합니다.

이 분쟁은 누가 옳다, 그르다를 떠나 양측이 모두 지성적이지 못한건 확실합니다.

특히, 분쟁의 주제도 모르면서 피해를 입는 어린이들이 너무 많다는게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