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미해병대 종군취재기 - 탑승항공기를 중심으로 - Part.1

2011. 3. 26. 17:17MILITARY_PIX



국내외 군사사진 분야에서 남다른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강원대학교 시각멀티미디어디자인학과 김상훈 [KISH] 교수가 최근 아프가니스탄 분쟁지역을 직접 취재했다. 지난 2011년 1월 중순부터 2월 중순까지 약 한 달간 아프가니스탄 헬만드 남부에서 미 해병대의 활동을 밀착취재 한 것. 이에 월간항공은 김상훈 [KISH] 교수의 현장감 넘치는 사진과 글을 종군취재 중 탑승한 항공기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 편집자 주
 



월간항공 2011년 3월호

김상훈 [KISH] 교수의 아프가니스탄 미해병대 종군취재기 - 탑승항공기를 중심으로 - Part.1




PHOTO BY SGT. CHRISTOPHER RYE, USMC COMBAT CAMERA



사진 / 글: 김상훈 KISH [ www.kishkim.com ]


전쟁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아프가니스탄. 지난 2001년 시작된 전쟁이 11년째, 아직도 진행 중인 비극의 땅이다. 중동의 전략적 요충지로 불리는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는 그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이민족의 침공과 전쟁으로 점철되어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면적은 약 647,500㎢로 221,336㎢인 우리나라의 약 3배에 달한다. 국토의 대부분이 고원산악지대이고 오랜 전쟁의 결과로 인해 교통망은 매우 열악하다. 미 해병대의 승인 이후 필자가 임베딩(종군취재)하고자 했던 헬만드 남부지역까지 가기 위해서는 먼저 카불 군용기 공항이 있는 Camp KAIA로 가야 했다.

우선 인천에서 두바이, 두바이에서 카불까지는 민간 항공편을 이용해 아프가니스탄으로 들어갔다. 바그람 기지에 대해 하도 많이 들었기 때문에 아프가니스탄에서 항공편을 이용하려면 바그람 기지를 한 번 거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바그람 기지는 아프가니스탄 동부사령부 관할이고 헬만드, 칸다하르 등 아프가니스탄 남서부사령부 관할로 가는 항공편은 카불의 Camp KAIA를 거쳐야만 했다.

 

취재 시작부터 첩첩산중


Camp KAIA에서 필자의 최종목적지였던 헬만드 남부의 미 해병대 Patrol Base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650km였고 바로 갈 수 있는 교통편도 없었다.

결국 이 긴 여정 중, 헬만드의 관문 Camp Bastion까지는 영국군 소속 C-130K C3 수송기의 야간비행으로 이루어졌다. 사진처럼 카드로 된 탑승권과 수하물티켓을 받았는데 국내외에서 군용기를 여러 번 타보았지만 탑승권과 수하물 티켓까지 받는 것은 처음이었다.






<카불 군용기 공항이 있는 Camp KAIA에서 각종 보급품과 물자를 탑재하고 있는 영국 공군의 C-130K 수송기와 승무원들의 모습.>

민간 여객기와 달리 지하철처럼 좌석이 옆으로 배치된 C-130은 이·착륙 시 몸이 옆으로 심하게 기우는 것이 특색이다. 500㎞를 비행해 약 1시간 30분 후 Camp Bastion에 도착하자 사방은 깜깜했지만 심하게 몰아치는 모래바람이 헬만드의 지형을 알려주는 듯 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헬만드의 관문 Camp Bastion에 도착했다. 영국 공군의 C-130K 수송기는 필자와 병력, 화물을 내려놓기 무섭게 다시 어둠 속으로 날아 올랐다.>

 

■ 미니해설

영국공군의 C-130K C1/C3

현재 약 60여대가 배치되어 영국공군(RAF) 공수(Air Transport)의 중추를 책임지고 있는 기체가 바로 C-130K C1/C3다. 특히 영국공군의 C3는 최신 기체 방어 체계가 장착되어 있고 주야간, 전천후 임무 수행이 가능한 전술공수(Tactical Air Transport:TacAT) 능력을 갖추고 있다. 현재 영국공군 제47비행대대가 운영하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 주둔 나토 다국적군(ISAF)을 지원하고 있다. 보다 성능이 개량된 C-130J C3/C4가 배치되어 있지만 지속적인 성능개량을 통해 최소 향후 10년간은 영국공군 공수능력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제원

승무원 : 조종사2, 승무원4

전장 : 29.77m

전폭 : 40.38m

전고 : 11.40m

엔진 : 엘리슨 T56-A-15 터보프롭엔진 x 4

추력 : 4,200shp x 4

최대속도 : 610㎞/h

특징 : 야간 및 악천후 상황에서의 전천후 작전 능력

 


열악한 환경에서의 종군취재


밤 12시가 다되어 도착했기 때문에 하룻밤을 임시막사에서 지내고 다음날 Scarface라 불리는 Camp Bastion의 회전익기 비행장으로 이동했다. 활주로에서는 미 해병대의 수많은 Osprey와 CH-53이 끊임없이 이·착륙하며 병력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대대급 FOB (Forward Operating Base), 중대급 COP (Combat Outpost)에는 고정익기가 착륙할만한 활주로가 없고 소대급 PB (Patrol Base)에는 아예 회전익기가 착륙할만한 착륙장(Helipad)마저 없다. 그래서 이곳에서부터 종군취재를 마치고 다시 카불로 돌아올 때까지는 MV-22 Osprey, CH-53D 등 회전익기와 지뢰방호장갑차량 MRAP이나 MATV 등을 이용해 이동하였다.

대부분 이동 일정은 기상이나 작전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경되는 경우가 많아, 각 기지를 돌면서 끊임없이 짐을 싸고, 풀고, 대기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운이 좋으면 하루에 수 백 ㎞를 한 번에 이동할 수 도 있지만, 어떤 날에는 그 날 상황에 따라 마치 완행열차처럼 근처의 전초기지까지 다 들렸다가 목적지로 가기도 했다. 때문에 불과 수십 ㎞를 이동하기 위해 반나절동안 기체를 갈아타며 비행하기도 하고, 목적지까지 한 번에 가는 이동수단이 없어서 중간에 들른 기지에서 며칠을 머무르는 경우도 많았다. 그 덕분에 헬만드에서 가장 큰 규모의 기지부터 가장 작은 규모의 미 해병대 최남단 Patrol Base까지 두루 취재 할 수 있는 기회는 있었지만 취재장비와 방탄조끼, 헬멧 등 보호 장구, 겨울철 야전생활에 필요한 각종 옷가지와 물품 등 전체 무게가 40㎏ 이상의 짐을 수시로 쌌다가 풀었다가 활주로나 수송대까지 이고 지고 이동하는 것은 너무 고생스러웠다.



<필자와 미 해병대원들이 Camp Bastion에서 Camp Dwyer로 가는 MV-22 Osprey 탑승을 대기하고 있다. 항공기의 일정이 무척 빡빡하기 때문에 항공기의 신속한 이륙을 위해 모든 탑승자는 탑승 2시간 전부터 활주로 바로 옆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착륙하자마자 신속히 탑승해야 한다.>


미 해병대의 CH-53D


비행 할 때마다 좌우로 상당히 과격한 선회비행을 하던 MV-22 Osprey도 인상적이었지만 CH-53D에 대한 기억은 더욱 특별하다. 처음 CH-53D에 탑승했을 때, 목적지에 따라 승무원이 지정하는 의자에 앉았는데 앉자마자 의자에 물이 흥건했다. 하지만 한 번 앉으면 자리를 옮길 수 없기 때문에 3시간 가까이 엉덩이가 푹 젖은 채로 비행 하는 수밖에 없었다.

엉덩이는 젖은 채, 반쯤 열린 후방 램프와 도어거너 창문으로 쌩쌩 들어오는 겨울바람에 덜덜 떨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어떻게 이런 기체가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상태가 엉망이다. 대부분의 군용기는 민항기와 달리 내부 인테리어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내장재가 고급스럽지도 않을뿐더러 금속 뼈대가 그대로 드러나는데 미 해병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운용하는 CH-53D는 그 정도가 심해 로터가 회전하는 것까지 보일 정도다.

더 황당한 것은 로터 근처 천장에서 기름 섞인 액체가 새 나오고 있었는데 이·착륙 시에는 아예 빗물이 새듯 기름 섞인 액체가 뚝뚝 떨어져서 사방으로 튀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가능하면 절대 로터 아래 중간좌석에는 앉지 않고 이·착륙시에는 카메라를 옷으로 감싸고 앉았다.







인상적인 미 해병대의 작전능력

아프가니스탄 종군취재 중에 군용기로 이동하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미 해병 항공대의 엄청난 출격횟수와 수송량이었다. 보조연료통까지 달고 비행하는 탓에 비행시간도 긴데다가 여러 군데의 전초기지를 들러 다양한 화물을 실고 병력을 태우고 내리느라 하루에도 수십 회의 이·착륙을 반복해야 했다.

특히 이·착륙 때마다 엄청난 모래바람이 생기는 지역특성은 물론, 적의 매복도 신경 써야 해서 조종사나 승무원들의 피로도 클 듯 했다. 하지만 이 항공기들이 수행하는 공중보급 임무가 아프가니스탄 곳곳에 뚝 뚝 떨어져 있는 전초기지의 미 해병대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듯하다.




<먼지를 덜 날리게 하려고 착륙장에 아무리 자갈을 깔아놓아도 이착륙 한 번 하고 나면 모래를 씹게 된다. 고글은 필수>



<아프가니스탄 남부 종군취재 기간 중 가장 큰 적은 사막의 미세한 흙먼지였다. 특히 취재장비가 손상되면 큰일이기 때문에 외장하드와 노트북 컴퓨터 등 중요한 장비는 꼭 지퍼백에 넣어놓아야 했고 카메라도 수시로 청소해줘야 했다.>




>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