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 열린 LG 스노우보드 FIS 빅에어(Big Air) 월드컵

2009. 12. 17. 22:14PIX_N_LIFE























2009년 12월 13일 - 서울 광화문 광장 -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서울 스노우 잼'행사의 일환으로 LG 스노우보드 FIS 빅에어(Big Air) 월드컵'이 열렸다. 이 날, 예선과 결승을 거쳐 1위는 스위스의 지안루카 카비엘리, 2위는 오스트리아의 스테판 김플, 3위는 핀란드의 마르코 쿠스키가 차지했다. 사진: 김상훈 kish@paran.com

* 서울시 한복판인 광화문광장에서 스노우보드 경기가 열린다는 뉴스를 처음 봤을 때 아무래도 사진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도시 전경과 점프하는 스노우보더의 그림을 그려보며 "멋지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벤트성 전시행정이라는 반대여론도 심했지만 키쉬는 개인적으로 서울시의 국제적 홍보 마인드에 박수를 쳤다. 스노우보더의 멋진 점프가 도시 전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색적인 장면이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담겨져 뿌려지면 해외 토픽감이고, 자연스럽게 서울의 모습이 전세계에 알려질테니까 말이다.

약 8천만 명이 시청하는 미국 수퍼볼경기 때 30초짜리 TV 스파트광고 하나 방영하는데에 평균 225만 달러(약 27억원)라고 하니, 언론플레이를 잘 해서 사진과 동영상을 많이 뿌릴 수 만 있다면 17억원 정도의 비용이 그렇게 아까운 것 도 아닐 수 있었다.

그런데 기자증을 발급받아 현장에 가보니 황당했다.
 
기자 촬영장소가 점프대 아랫쪽이었던거다.

주최측이 제공한 장소에서 촬영하면 위 사진과 같이 하늘밖에 나오지 않는다. 도시전경과 스노우보더를 함께 담을 수 없는거다. 도시전경과 함께 담으려면 점프대 중간에 올라가서 스노우보더 뒤에서 찍어야 하는데, 점프대에는 주최측 사진가만 올라가서 찍고 공동취재단 이름으로 배포하겠다고 했다.

많은 외신기자들이 항의를 해봤지만 주최측은 완강했고, 결국 주최측 사진가가 찍은 사진이 '공동취재단'이라는 이름으로 배포가 되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키쉬가 그렸던 멋진 사진은 몇 장 나오지 않았다. (주최측 사진가가 잘 못 찍었다는 뜻이 아니라, 수많은 프로 사진가들의 다양한 표현이 시도될 기회가 없었다는 뜻이다.)

지금이라도 이 행사 사진을 인터넷에서 찾아보시라. 공동취재단 사진 몇 장 이외에는 전부 아래쪽에서 찍은 사진이다. 게다가 결승전은 밤이어서 까만 하늘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 사진들이 산 속에 있는 용평스키장이나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 스노우보드 경기사진과 무엇이 다른가??? 대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열린 이색적인 경기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하라는것이며, 무슨 사진이 뿌려지고 무슨 사진이 남겨졌는가? 한마디로 포토제닉하지 못 한 경기였고, 이 흥미로운 이벤트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광화문에 찾아온 관중들에게만 도심속의 이색적인 느낌을 전할 수 있었다. 서울시에서는 3일간 30만명의 관람객이 왔다고 자화자찬하는 분위기인데, 내국인 30만명을 보여주려고 17억을 썼다면 아까운 돈이다.

도시 한복판에서 국제 스노우보드 게임을 개최한다는 오픈마인드를 가진 분들이 어떻게 이런 답답한 취재지원을 한 것일까.

안전문제였다면 처음부터 점프대 중간에 기자스탠드 하나 더 만들었으면 된다. 그거 추가로 만들어봤자 수 천 만원도 안한다. 17억원 들였으면서 수 천 만원 아끼려고 수 천 만명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었던 수 많은 사진이 나오지 못했고 내국인 30만명에게 보여주는 이벤트로 만든 것이다.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