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는 월드컵을 볼 수 없다. (by KISH)

2010. 6. 14. 03:47BACKSTAGE




지난 6월 12일, 월드컵 응원을 찍기 위해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을 찾았습니다.

한국의 2010년 월드컵 첫 경기였던 그리스전이었죠.

월드컵 응원 촬영은 사진가들에게 아주 즐거운 촬영 현장이자, 아주 힘든 촬영 현장이기도 합니다. 

그 짧은 90분동안 희노애락이 끊임 없이 반복되는 역동적인 현장인데다가 사진 찍지말라고 손 내젓는 사람도 거의 없어서

열정적인 피사체를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즐거운 현장이지만, 반대로 수 많은 사람들이 너무 역동적인 나머지, 90분, 아니 그 이상의 시

간을 거의 쉬지 못하고 바쁘게 돌아다니며 고도로 집중해야 하는 피곤한 현장이기도 하죠.







그리고 또 하나의 슬픔(?)은 사진을 찍다보면 경기는 거의 보지 못한다는겁니다.

축구광팬은 아니지만 저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왜 관심이 없겠습니까만 월드컵을 보는 사람들을 찍기 위해 스크린을 등지고 서야 하는거죠.

그래서 촬영하는 내내 사람들의 얼굴과 환호, 탄식을 통해 경기의 흐름을 읽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여러분도 다 아시다시피 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우리나라가 첫 골을 넣더니 그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인

후반전에서도 몇 분 지나지 않아 두번째 골을 넣은 것이죠.

물론, 어느 스포츠 현장이나 그렇지만 예측 불가인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골이 들어가버리면 관중들의 환호가 절정을 이루는 순간은 몇 초가 

채 되지 않습니다. 월드컵처럼 쟁쟁한 팀들이 겨루는 경기에선 득점이 여러번 이뤄지지도 않기 때문에 90분 중에 절정의 순간은 수 초가

넘지 않는거죠. 그래서 고도의 순발력과 현장의 운(?)이 필요합니다.

아래 제가 찍어서 조선일보에 실린 사진은 박지성이 후반전 시작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두번째 쐐기골을 넣은 순간입니다.

골이 들어가는 순간, 제 코 앞에 이렇게 아름다운 분이 계셔서 참 다행이었지만 이 사진에서 두가지가 아쉬운데요.

우선은 몸에 그려진 태극기의 태극이 반대로 되어 있다는 것. (아저씨, 잘 좀 보고 그리시지.. 왜.. ㅠㅠ)

두번째는 손에 든 카메라..

하지만, 이 분이 응원하러 오면서 삼각대 달린 카메라를 들고 온 것 도 응원현장 분위기를 보여줄 수 있는 실제상황이었으므로 큰 불만은 없음..




[조선일보 2010년 6월 14일자 10면]







아무튼, 오랜만에 열정이 가득 찬 공간에서 승리의 기쁨을 온몸으로 함께 느껴 즐거웠습니다.

우리나라 대표팀이 아르헨티나 전에서도 선전하기를 기대합니다.


글/사진: 김상훈 키쉬 [www.kishk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