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죽서루 밑에서 있었던 정월대보름 유등놀이를 보고..

2010. 3. 1. 02:55KISH_NOTE


대보름을 맞아 삼척에서도 며칠동안 대보름맞이 문화행사가 있었습니다.

그 중, 하일라이트인 달집태우기를 보러 가볍게 나갔다가 약간 늦게 도착해서 달집태우기는 못 보고 오십천 위에 떠 있는 유등만 죽서루와 함께 몇 장 찍고 왔네요.




제가 사진을 잘 못 찍어서 그렇지, 눈으로 봤을 때는 참 예뻤습니다.

처음엔 그저 천에 비친 오색의 반영과 죽서루의 조명이 예쁘다는 생각만 했는데, 자세히 보니 깃발? (정확한 명칭을 모르겠네요)에 "원더풀 삼척"이라는게 보여서 눈쌀이 찌푸려졌습니다.

한글로 "원더풀 삼척"이라..

외국인을 위한 것 도 아니고, 한국인을 위한 것 도 아니고, 전통문화행사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문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다른 깃발을 보니 이런 글들이 써있더군요.




삼척 이사부 장군의 우산국, 독도 정벌 (현재 강릉과 역사성 문제로 대립중인 이슈) / 시민의 화합으로 삼척발전 / 중산 와우산 리조트 개발착수 / 삼척의 전원적인 풍경 / 삼척 LNG 생산기지 건설착공 / 삼척의 세시풍속 / 삼척 종합화학(?-멀어서 잘 안보임)발전단지 착공..

등이었습니다.

유등놀이가 원래 강물 위에 여러 가지 색깔의 등불을 띄워 복을 빌며 즐기는 놀이라고는 하나, 개인적으로는 수천년간 그 자리에 있었을 멋진 기암절벽과 수백년동안 그 자리에 있었던 멋진 죽서루 아래 LNG, 리조트, 원더풀 같은 외래어가 조금 어색해보인데다가 문구들을 보면 지극히 세속적이고 일관성도 없어보였고 전통문화행사라기보다는 행사를 이용한 삼척시청의 프로파간다(선전)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농경사회에서 전통적으로 기원하던 "풍년"도 엄밀히 말하면 "부"를 뜻하는 세속적이었던 것이고, 현대사회에 걸맞게 이를 재해석하면 지자체 특성상 위의 내용들이 충분히 유등놀이에서 기원할만한 내용이기는 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긴, 수 백 년, 수 천 년 뒤에 후세들이 오늘의 사진을 보면 2010년도에 삼척시민들의 염원이 무엇이었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좋은 자료는 되겠네요. ^^